애틀란타 라이프

애틀란타 서른 여섯번째 일기 (11/1-11/7)

워커홀릭 2021. 11. 14. 10:21

11월 시작은 조금 우울했지만, 잘 지내려고 노력하는 중이다.

 

 

 

시작은 나빴지만

 

11월의 시작, 그리고 한 주의 시작인 월요일...

연구가 나랑 잘 맞는 걸까 싶은 순간이 찾아왔다.

아주 세게 찾아온 것...

 

박사 첫 학기가 이렇게 힘들 줄은

과제도 많고 공부할 것도 많고, 그 와중에 논문 리비전까지...

그런데 연구마저 잘 안 풀리자 꼴도 보기 싫은 순간이 찾아왔다.

 

 

내가 좋아하는 가비지 타임의 장면...

좋아했던 만큼 사랑받지 못하면 그게 그렇게 밉지.

 

석사 1학기에 엄청 슬프게 울었던 기억이 있는데,

박사 1학기에도 눈물이 계속 나는 순간이 찾아왔다... ㅎ

그건 내가 욕심이 너무 큰 탓일까?

 

 

그리고 이후 이어지는 장면에서

"그래도 한번쯤은 니가 맞서는 모습이 보고싶다"라는 대사가 나오지.

 

“I already know what giving up feels like. I want to see what happens if I don’t.”라는 문구가 생각났다. 열심히 하는 것 말고는 방법이 없으니, 열심히 하는 수 밖에... ㅠ

 

 

 

기분이 우울할 때는,

 

조금 더 일찍 하루를 시작하고,

조금 더 맛난 것들을 먹고,

잘 지내려는 노력이 절실하다.

 

 

우울해하는 나를 위해 맛난 스테이크를 해준 원준,

나는 비빔냉면을 가져왔고, 이태리 친구가 준 라구 소스에 스파게티까지 배터지게 먹었다.

 

그리고, 별일 없이 공부만 열심히 했던 날들... ㅎ

미시 경제학 시험을 보기 전 날 밤을 새워서 공부를 했고, 점수가 지난 1차 시험에 비해서 상승했다.

 

열심히 했기 때문에, 행복한 목요일이 되었다.

 

 

 

 

그리고, 금요일에는 월드시리즈에 우승한 애틀란타 브레이브스의 우승 퍼레이드에 갔다.

추운 날씨를 예상해서 제일 따뜻한 잠바를 걸쳤는데, 내부는 연세대 야구팀의 옷을 입고 갔다.

 

 

퍼레이드에 가라고 학교까지 휴교하고 ㅋㅋ 도시가 빨강으로 물든 것 같은 느낌

1시간 정도 일찍 도착해서 좋은 곳에 자리를 잡고, 담주에 발표할 논문을 읽기 시작했다.

 

 

12시, 사람들의 함성이 울리고 한 시간 정도 퍼레이드가 시작되었다.

 

 

야구단의 마스코트도 보고, 후원 기업들의 로고가 박힌 버스에 선수단, 스탭들이 분위기를 띄웠다.

평생 참가할 수 있을까 싶었던 월드시리즈 퍼레이드에도 참가해보고, 기분이 조금 위로 받았던 하루

 

그리고 이날 이렇게 나는 끄적였다.

 

"나는 첫 애틀란타 게시물은 기쁜 순간이길 바랐다. 잘해도 꼴등 못해도 일등’이라는 생각을 가지고 살기로 했지만, 박사과정생으로 산다는 것이 꼭 마음 먹은 것처럼 되지 않는 것이니까. 내가 아니라도 나와 관련된 것들을 응원하는 마음은, 그리고 결과가 좋았을 때 행복해지는 마음은... 나의 불안하고 슬픈 마음을 조금 누그러뜨린다."

 

 

 

 

 

 

내가 과거에 집중하는 것은...

 

화요일에 읽은 Self concept에 관한 논문에 이런 내용이 나온다.

사람들은 사회 속에서 다양한 Self-Concept Complexity를 가지는데,

하나의 Role에서 만족감을 느끼지 못 하면, 그 상실감을 상쇄시키기 위해

다른 롤에 집중하는 경향이 있다고...

 

내가 나와 관련된 영역을 Stretch해서 그 성과에 행복해 하고,

한국에서 성공적인 성과를 거뒀던 과거의 영광(?)에 집중하는 경향이 생긴건 그 때문일까 싶었다.

 

 

 

근데 그런건 아무래도 좋고...

순간 순간을 즐기는 게 가장 좋은 회복 방식이 아닐까.

 

 

친구들이랑 좋은 곳에 가고, 맛있는 것을 먹고, 함께 즐기다 보면

힘든 순간들은 금방 극복하고, 행복한 순간들이 긴 여운으로 남지 않을지